박근혜양 징역 25년에 벌금200억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 원에 처해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 원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24일 오전 10시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어 지난 4월 6일 1심 선고가 이뤄진 지 140일 만에 결론을 내렸다. 이날 선고에서 재판부는 국정농단 재판의 최대 쟁점, 삼성의 경영승계 작업 여부와 묵시적 청탁 존재 여부를 모두 인정했다. 이날 판결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법원 상고심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재판부는 양형이유에서 "피고인(박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막강한 권한을 이용해 최순실씨와 공모, 재단 출연과 금전 지원, 채용승진까지 요구했다"라며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기업의 재산권과 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 총수와 단독면담이라는 은밀한 방법으로 삼성과 롯데에서 150억 원 넘는 뇌물을 받고, SK에 89억 원을 요구했다"며 "공무원의 직권남용과 강요를 동반하는 경우 비난이 훨씬 가중될 수밖에 없다"라고 판단했다.
또 "기업 총수에게서 부정한 청탁을 받기도 했다"라며 "정치와 경제 관련 부도덕한 거래는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훼손하고 시장경제를 왜곡해 국민들에게 심각한 상실감과 깊은 불신을 안겨줬다"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으로 초유의 탄핵 사태를 맞이했고, 그 과정에서 사회 전체가 입은 고통을 헤아리기 어렵다"라며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은 범행 모두를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안 보였고, 오히려 최씨에게 속았다는 등 변명을 하며 책임을 전가했다"라고 지적했다.
"국정농단으로 사회가 입은 고통, 헤아리기 어려워..."
이날 선고에서 가장 쟁점이었던 부분은 '삼성 뇌물' 혐의의 인정 여부였다. 1심 재판부는 삼성이 정유라씨의 승마에 73억 원 가량을 지원한 것(단순뇌물죄)은 뇌물로 판단했지만,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 관련 뇌물 혐의(제3자 뇌물죄)는 무죄로 봤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존재하지 않으므로, 제3자 뇌물죄 성립에 필요한 '부정한 청탁'은 표면적으로나 묵시적으로나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같은 판단은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과 동일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이 부회장의 묵시적 청탁을 모두 인정했다. 자연스레 삼성이 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 원은 뇌물로 결론 났다. 그러나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의 경우 경영권 승계 작업과 관계없이 출연에 응하지 않았을 경우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 때문에 낸 것으로 보고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받은 뇌물액수는 승마지원 73억 원에 16억 원이 추가됐다.
결과적으로 박 전 대통령은 삼성에게서 받은 뇌물액수가 16억 원 늘고, 롯데가 낸 K스포츠재단 출연금 70억 원의 뇌물 액수도 1심과 같이 인정되면서 총 160억 원에 가까운 뇌물 수수가 인정됐다. 삼성이 지원한 말 보험금 2억 원이 뇌물에서 빠지면서 전체적인 뇌물 수수액은 14억 원이 늘었다.
"박근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 개입 지시"
재판부는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인식하고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결정에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6월 고용복지수석에게 "이 사건 합병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공단 의결권 행사 문제를 잘 챙겨보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점과 합병 절차 진행 당시 삼성을 걱정했다는 박 전 대통령의 검찰에서의 진술을 근거로 들었다.
또 대통령 비서실이 합병 관련 국민연금공단 의결권 행사 과정에 관여하고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취임 등 합병 이후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 조치 등도 근거로 삼았다.
이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국민연금공단이 합병 안건에 대해 찬성 입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결론 내렸다. 이 같은 판단은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 이 부회장의 1심과 항소심 재판부와 엇갈린 것으로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이재용 살린 '안종범 수첩', 증거능력 살아나
이재용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것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은 이번 재판에서도 그대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안종범의 업무수첩 기재가 전문증거(체험자의 직접진술이 아니라 전해들은 말 등 간접증거)가 아니라는 원심 판단은 타당하다"라고 밝혔다.
'안종범 수첩'은 안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2014~2016년 사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상항 등을 받아 적어 작성한 63권 분량의 수첩이다. 이 수첩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1심을 비롯해 국정농단 재판에서 대부분 증거능력이 인정됐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만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과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특가법상 뇌물·국고손실)와 공천개입(공직선거법 위반) 위반 혐의 1심에서 나온 각각 징역 6년, 2년이 확정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징역 33년의 형벌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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